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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성만 작성일 2020-07-15
제목 중독문제의 현실 조회수 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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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독문제의 현실

 

물질중독과 행위중독 이야기

선생님, 이 약을 계속 먹으면 중독되지 않나요?”, “제가 술을 좀 많이 마시기는 하지만 중독자는 아니란 말이에요!” 이런 얘기들은 진료 중에 환자들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도대체 중독이 뭐길래, 많은 현대인들이 이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중독’이라는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몇 가지 특징이 있어야 중독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중독 증상은 ‘갈망(渴望)’이다. 갈망이란 글자 그대로 간절히 바란다는 뜻이다. 알코올 중독을 예로 들면, 술을 마시고자 하는 욕구가 너무 강하여 술을 얻기 위해 무모한 행동이나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행위를 하는 것 등을 말한다. 심한 경우에는 가족들의 으름장 때문에 동네 구멍가게 주인이 더 이상 환자에게 술을 팔지 않자, 몇 정거장을 걸어서 옆 동네로 원정 구매(?)를 가기도 한다. 또 다른 중독자의 고백을 들으면, 술을 구하기 위해 선술집 골목 뒤편에 놓여있는 술 상자의 빈 병에 남아 있는 자투리 술을 모으다 그 안에 들어있는 담배꽁초도 같이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내성(耐性)’이 생긴다. 알코올 중독의 예를 들면 점차 견딜 수 있는 술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내성이라고 한다. 즉, 마실수록 술이 세지는 것이다. 술에 대한 몸의 저항이 줄어드는, 어찌 보면 좋다고만 할 수 없는 현상인데도, 술이 세지면 몸도 같이 세지는 것처럼 과시하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금단증상이다. ‘금단(禁斷)’이란 일정기간 일정 약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던 사람이 갑자기 중단한 경우에 발생하는 일련의 증상들을 말한다. 식은땀이 나거나, 손을 떨고 불안해지고, 일시적인 환각을 보이고 심각한 경우에는 의식을 잃고 간질 발작과 함께 호흡이 마비되어 사망할 수도 있다. 이 정도가 되면 적절한 선에서 음주를 중단하지 못하고 다음날 중요한 약속을 어기거나, 회사에 지각 또는 결근을 하거나, 가정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소한 부모님이나 배우자로부터 잔소리를 들으며 심각한 말싸움을 하거나 가까운 친구들과 멀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중독이란 이처럼 ▲갈망, ▲내성, ▲금단증상, 이로 인한 ▲사회적·직업적 장애의 네 가지 요소가 모두 있을 때 정의 내릴 수 있다.

 

다시 이 글의 맨 앞으로 돌아가 질문에 대한 답을 해 보자. 지금 복용하고 있는 약물로 인하여 내성, 금단증상, 갈망, 이로 인한 사회적∙직업적 장애가 초래되는 것이 아니라면 중독이 된다고 할 수 없다. 반대로 술로 인해 내성, 금단증상, 갈망, 사회적∙직업적 장애 등이 동반된다면 알코올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세계 어느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 기준이라도 얼마 이상을 먹어야 중독이라는 기준은 없다는 사실이다.

 

‘물질’ 뿐만 아니라 ‘행위’에도 중독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물질뿐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이나 마약, 담배 등과 같은 물질의 중독만을 얘기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물질’뿐만 아니라 ‘특정 행동’에도 중독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 나라에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 등이 행위중독의 한 예다.

 

인터넷, 도박, 쇼핑, 성 행위의 과도한 반복은 물질중독과 마찬가지로 내성과 금단, 강박적 사용 및 갈망, 대인관계 및 사회적∙직업적 기능의 장애를 일으킨다. 약물이나 알코올이 아닌 특정 행위에 대한 반복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행위중독(behavioral addiction)’이라고 부른다.

 

현재 진단분류 체계 내에서 행위중독은 강박장애, 충동조절장애, 성격장애, 성기능장애의 일부분 등 여기저기 흩어져 존재하였다. 그러나 최근 행위중독에 대한 임상적 관심이 커지고, 그에 따른 많은 임상연구 결과가 뒷받침되면서 물질중독과 동등한 위치를 갖고 있다.

 

실제로 2013년 5월에 발표된 미국 진단통계편람 5판(DSM-Ⅴ)을 보면 이전에 사용됐던 ‘물질 남용과 의존(substance abuse and dependence)’이란 분류를 삭제하고 대신, ‘중독과 관련 질환(addiction and related disease)’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물질중독과 도박이라는 행위중독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논의하고 있다.

 

물질중독과 행위중독은 같은 기전

1950년대 초 신경과학자 올즈(Olds)와 밀너(Milner)는 실험용 상자 안에 쥐를 넣어두고 쥐가 스스로 지렛대를 누를 때마다 머리에 전기 자극을 받도록 장치를 하여 실험을 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서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였다.

 

대부분의 쥐들은 전기가 통하자마자 펄쩍 뛰거나 놀라는 등, 불쾌한 심사를 드러냈는데,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를 연결한 쥐 한 마리에서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혼자 스스로 전기 스위치를 천 번이 넘게 누르는 것이었다. 연구진들은 이 곳이 바로 쾌감을 느끼는 특별한 부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솜털로 코를 간지럽게 하면 결국 뇌에서 최종으로 느끼는 것처럼, 쾌감을 느끼는 최종 장소가 뇌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를 일명 ‘쾌락중추’ 또는 ‘보상중추’라고 부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중추가 마약이나 술뿐만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음식 섭취, 성(sex) 행위 등을 유지하는데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실제로 10명의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뇌를 기능사진(fMRI)으로 찍었을 때,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그리워할 때 반응하는 뇌 부위와 게임 중독자가 게임을 그리워할 때 반응하는 뇌 부위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Ko et al, 2008). 또한 게임 중독이 아닌 일반 젊은 성인 19명에게 10일간 게임을 몰두하게 한 후에 게임의 일부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반응하는 뇌 부위와도 일치하였다(Han et al, 2011). 이들 연구 결과는 알코올 중독과 인터넷 중독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유사하다는 공통적인 결론을 보여준다.

 

중독이 되면 어떤 후유증이 있을까?

게임에 몰두하면 이해력이 저하되거나 배외측전두엽, 전대상피질과 기억력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뇌 부위(해마방회)의 부피가 줄어든다. 쉽게 말해서 머리가 나빠진다. 곧, 성장이 정상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야 할 청소년 시기에 뭔가에 빠져서 이루어야 할 정상 발달은 이루지 못하고 게임이나 ‘야동’ 등에 집착하여 뇌의 특정구조에 과부하가 걸려서 결국 균형된 뇌 발달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임 중독이 되면 충동성 또는 공격성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지만 뇌만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학습과 폭력적인 게임 캐릭터의 흉내를 통해서 폭력성이 증가한다는 반론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

 

알코올이나 몇몇 마약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뇌 위축으로 인한 뇌의 전반적인 기능 저하이다. 이로 인해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지만, 특히 기억력과 판단력이 나빠지며 심한 경우에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구별이 되지 않는 알코올에 의한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으로 중독을 이해해야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물질중독이나 행위중독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질병 모형인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질병 모형으로 중독을 이해해야 한다.

 

즉,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스트레스 등과 그것을 이겨내는 심리적 면역성의 약화, 그리고 그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취약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독이 발생한다는 관점이다. 중독으로 인해 개인의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의 몸과 마음도 망가뜨리며, 결국 사회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그중독자에게 외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물질중독을 설명하고 교육하는데 있어서 그동안은 알코올 등의 물질에 의한 간질환, 심장질환 등 뇌 이외에 다른 장기의 생물학적 기능 이상에 대한 중요성이 줄곧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뇌에 대한 임상적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하여 물질이나 행위중독에 의한 뇌의 기능변화를 강조해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눈부신 의학의 발전으로 심장, 폐, 신장, 간 등은 이식이 가능해지는 세상이 되었지만, 아직도 신선한 뇌를 이식하거나 또는 생물학적으로 노화된 뇌를 젊게 만드는 치료는 먼 미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즉, 약물중독 또는 행위중독으로 인하여 한 개인의 뇌가 신체나이보다 더 늙거나, 손상된 뇌 기능을 제 나이 또래의 기능으로 되돌릴 수 없다면 중독이 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것은 또한 이미 중독된 사람에게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독의 치료는 뇌의 기능과 구조 변화를 고려하는 생물학적 접근이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 현실 속 중독으로 인한 문제들

 

의학적으로 중독이란 ‘어떠한 물질이나 행동(행위)에 심리적 혹은 신체적으로 의존이 되어 스스로 물질이나 행동의 조절이 어려워진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중독이라는 말 자체가 항상 병적인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사랑에 중독됐다”, “일에 중독됐다”, “마라톤에 중독됐다”고 해서 꼭 치료가 필요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중독은 그 결과가 부정적인 결과보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고, 또 사랑의 경우는 대부분 일시적인 열병처럼 지나가기 때문이다.

 

술이나 인터넷 게임 같은 경우는 어떨까? 음주나 게임은 특정한 상황에서 선택적으로 또한 지나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이용될 때, 긴장을 해소시키고 재미를 유발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존이 되어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음주나 게임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만큼, 다른 의미 있는 활동이나 역할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진’을 아시나요?

2013년 광주광역시 정신건강증진시범사업에 의해 설치된 중독관리센터의 별칭이 ‘다진(DAGIN)’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가장 흔한 5대 중독, 즉 약물(Drug), 알코올(Alcohol), 도박(Gambling), 인터넷 게임(Internet Game), 담배(Nicotine) 이 다섯 가지의 영어 이니셜을 따 지은 이름이다.

 

2012년 중독포럼의 발표에 의하면 담배를 제외한 4대 중독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의 수가 330만명이라고 하며, 그 사회경제적 비용은 총 105조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은 그 어떤 신체적, 정신적 질병 부담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이에 반해 의료기관 등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의 비율은, 그나마 알코올중독의 경우가 5%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매우 관대하고 허용적이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때론 중독으로 인해 이미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손해를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것들도 중독으로 인한 문제였나요?

 

사례 1

40대 직장인 A 씨는 평소 주량이 소주 한두 잔 정도이지만, 연말 송년회식에서 어쩔 수 없이 소주 한 병 정도를 마시고, 취한 상태로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큰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 이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중독 수준까지 술을 많이 마시지 않더라도, 누구든 중독과 관련된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중독 폐해에 관한 사회적 의미가 큰 이유는 간접흡연과 같이 그 폐해가 가족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서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사례 2

평소 부모 말씀도 잘 듣고 학교성적도 비교적 상위권을 유지하던 중3 B양은 최근 들어 항상 피곤해하고, 수업시간에 집중도 잘 하지 못하고, 학교 성적도 떨어지게 되었다. 살펴보니, B양은 최근 한 달 전부터 새벽 한 두 시 심할 땐 세 시 정도까지 친구들과 카톡을 즐기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 스마트폰 같은 경우는 개인이 언제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중독이 될 수 있고, 중독이 되어 문제가 생기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사례 3

식품가공업 공장에서 일하는 40대 여성 B 씨는 급성 췌장염으로 내과에 입원했다. 입원 다음 날부터 검사 수치는 호전되었으나, 밤에 전혀 잠을 못 자고 혈압과 맥박수가 급격히 증가되며 식은땀을 심하게 흘리는 모습이 관찰됐다. 확인 결과, B씨는 알코올성췌장염과 음주 중단으로 인해 심한 금단증상을 겪고 있었던 것. 그녀가 요즘 음주에 빠진 이유는 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남편은 최근 실직 이후 재미로 시작한 불법스포츠 도박에 빠져 수 천 만원의 손해를 본 상태였고,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은 엄마가 잦은 음주로 늦게 귀가하는 일이 많아지자 롤플레이 게임을 하느라 외박을 하는 일이 잦은 상태였다.

 

⇒ 비교적 경쟁이 심한 현대사회에서 B씨 사례처럼 누구나 중독의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일단 중독이 진행되면 부부관계, 자녀와의 관계의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제 등 다양한 문제로 확대되면서 가족 전체의 붕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뇌 성숙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특히 ‘중독’ 경계해야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중독으로 인한 피해는 단지 알코올 중독, 도박중독, 게임중독, 마약중독과 같이 치료가 필요한 중독성 행위 자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 건강문제(우리나라의 간질환 사망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에서부터 학습기회의 상실, 가족기능과 직업기능의 저하, 가정폭력, 묻지마 폭력과 같은 범죄문제에 이르기까지, 각종 중독에 따른 문제는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강력 범죄의 30% 이상이 주취(酒臭) 상태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두뇌 발달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각종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학습기회 상실비용은 연 1조원 이상이며, 한 연구에 의하면 인터넷 중독 청소년들은 일반 청소년에 비하여 지능이 더 낮다고 한다.

 

하지만 청소년의 중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차단망은 그리 튼튼하지 않다. 청소년들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90% 이상이 다양한 형태의 사행성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이 같은 현실을 뒷받침한다. 경품 뽑기와 같은 간단한 놀이라도 어린 나이에 노출될 경우 청소년기 이후 심각한 도박 중독자가 될 확률이 높기에 이는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한다.

가뜩이나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스트레스가 심한 편인데, 언제라도 처해 있는 환경이 나빠지면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가 된다. 실제로 청소년 마약사범과 유해화학물질 흡입자의 숫자가 최근 4년 사이에 2~5배가 증가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중독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신적으로 취약해진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환경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개인적 다양성과 대안활동 등이 허용되지 않는 획일적인 경쟁 문화, 공부 이외에 다양한 예술∙체육활동을 즐길만한 시설과 프로그램의 부족, 중독 문제에 대한 예방프로그램과 치료프로그램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점 등도 우리나라 청소년의 중독 문제를 부채질하는 원인들이다.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바로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 사회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할 때다.

 

* 왜 의지만으로 중독을 멈출 수 없을까?

 

“내일부터는 진짜 술을 끊을 거야.”

“새해부터는 기필코 담배를 끊겠어.”

우리는 주변에서 이와 같은 결심을 자주 접하지만, 실제로 성공했다는 소식은 상대적으로 적게 듣는다. 왜 그럴까? 왜 우리는 이와 같은 것에 중독되고, 또 왜 끊기가 어려울까? 정말로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단순히 의지의 문제일까?

 

보상과 강화의 반복

앞선 글에서 설명했던 보상회로는 단독으로 작동하기보다는 해부학적으로 뇌에서 가장 상위 기관인 앞머리(전두엽),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기저핵과 연결되는 ‘경로’를 형성하고 있다. 즉, 전두엽의 실행 및 통제 기능, 보상회로에서 오는 쾌락을 느끼고 그 쾌락을 갈망하여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습관의 형성, 기저핵의 실행 등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특정 행동에 대한 정상적인 조절과 통제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정상적인 아이는 컴퓨터 게임을 하여 쾌락을 느끼고 오랫동안 하고 싶은 갈망을 느끼지만,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스스로 통제력을 발휘해 숙제를 약속한 시간 내에 마친다.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칭찬을 듣는다. 그러나 통제력이 상실되고 쾌락 추구라는 강박적 행동을 반복한 아이는 결국 부모님으로부터 칭찬 대신 핀잔이나 걱정을 듣고, 결국에는 가족 간에 갈등이 초래될 것이다. 이처럼 보상회로의 작동이라는 면에서 알코올과 같은 물질이든 인터넷, 도박과 같은 행위든, 결국 중독되는 기전은 유사하다.

 

위에서 기술한 뇌 부위들이 담당하고 있는 기능을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최고 상위 기관인 전두엽은 ▲첫 번째 배외측 부분, ▲두 번째 안와 부분, ▲ 세 번째 내측 부분,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인간의 행동을 지시하는 사령탑 같은 역할을 하는 전두엽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며, 목적 지향적 활동을 기획하고, 작업기억을 작동시킨다. 게임이나 도박에서는 이전에 게임에서 이겼거나, 돈을 땄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때문에 게임이나 도박과 관련된 장면이나 사진만 보여주어도 활성화를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도박판에서 ‘할까, 말까?’ 잠시 고민되는 순간 다시 게임이나 도박하기를 결정하게 만든다. 또한 게임에 대한 집착과도 관련이 있다.

 

두 번째 부분은 정상적으로는 결과를 예측하면서 적절한 동기에 부합되는 목적 지향적 행동을 관장하며, 목적에 부합되는 행동을 결정한다. 또한 보상(reward)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내고 유지함으로써 ‘행동의 강화(reinforcement)’를 형성한다. 도박에서는 돈을 따는 것 자체가 보상이 되며 그래서 그 쾌감을 맛보기 위해 반복해서 도박을 하게 한다.

 

세 번째 부분은 게임에 대한 욕구 또는 갈망과 관련이 있음과 동시에 행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이 부분의 감시 역할이 약화되면 통제 불능의 문제 행동이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전두엽이 아닌 속뇌의 일부인 선조체는 습관을 형성하고 특정 행위를 하는 데 동기를 부여하며, 이전 경험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즉 습관 형성과 관련이 있다.

 

용어가 어려워서 이 글을 읽는데 머리가 아팠을지 모른다. 정리하자면, 인간은 몸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전두엽과 실무자인 중뇌의 보상회로, 그리고 기타 구조물간에 서로 적절하게 가속페달과 브레이크가 적절한 조절 및 통제의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특정 행동에 대한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 적절한 보상이 주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그 행동을 지속하여 원하는 목적을 이루게 된다. 여기에서 목적을 이루거나 그만두어야 할 변수가 발생하면, 스스로 통제력을 발휘하여 적절한 시기에 ‘하던 그 행동’을 중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균형이 파괴되면 행동의 적절성 또한 깨어져서 과도한 집착과 몰입으로 특정 행동에 편중하게 된다. 말하자면,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파열되어 자신의 의지대로 제어가 잘 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프로 게이머와 게임 중독자의 뇌, 어떻게 다른가

정상인과 중독자간의 차이를 입증할 흥미로운 비교 연구(Han et al, 2012)가 있다. 프로 게이머와 게임 중독자의 뇌를 비교한 연구 결과, 게임 중독자에 비하여 프로 게이머들의 왼쪽 대상피질(통제력의 중추)이 커져 있었다.

 

이 실험이 뜻하는 바는 이렇다. 프로게이머는 오랜 기간의 노력과 수련의 결과로 대상피질이 커져서 원활하게 게임 수행을 하면서도, 뇌의 통제력을 강력하게 발휘하여 직업으로 게임을 하면서 중독에 빠지지 않고 건전한 삶을 살아간다. 반면, 쾌락만을 추구해 온 게임 중독자는 통제력이 뒷받침하지 못하여 결국 알코올 중독자가 술에 노예가 되듯이, 게임의 노예가 되어 점점 황폐한 삶을 살게 되는 엄청난 차이를 초래하는 것이다.

 

결국 중독이란, 관여하는 여러 뇌 구조물간의 기능적이고 구조적인 불균형을 초래하여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하는 것이 아니라, 술만 마시고 게임만 하는 황폐한 삶으로 만드는 뇌의 병이기 때문에 단순히 의지로만 온전히 회복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중독자가 의지만으로 그 행위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은 두 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의지만으로 걷겠다고 우기는 형상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깁스를 하거나 부목을 대고 두 다리를 견고하게 붙인 후에, 그동안 고정하느라 약해진 근육과 인대를 견고히 하기 위해 물리치료나 운동을 하여, 평소와 같이 걷고 뛰는데 지장이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골절의 기본적인 치료다.

 

중독도 마찬가지다. 건전한 뇌 기능이 돌아올 때까지 뇌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생물학적 치료와 정신사회적 치료를 병행하고, 그리고 더 이상의 집착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치료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져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물질중독과 행위중독 이야기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네이버 지식백과] 현실 속 중독으로 인한 문제들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네이버 지식백과] 왜 의지만으로 중독을 멈출 수 없을까?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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