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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흥은(1정) 작성일 2016-12-20
제목 섣달 (허열) 조회수 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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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옷자락이 가볍습니다

이제와 무슨 소용입니까?

 

지나간것은 다시 올 수 없고 늘 아프고

다가오는 것은 벽이 높아 볼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너무쉽게 지난 일을 잊지요

그래도 미련을 두고 망설이는 것은

 

뜨겁게 내밀던 인연의 손길들

차마뿌리치지 못해서입니다

 

두 손 허허로이 과거에게 흔들어봅니다

다가올 날보다 아주 가볍습니다

 

이제 빛바랜 남루 한 벌 벼랑끝에 걸어 둡니다

농부가 귀가해서 벗어놓은 잠방이 같습니다

 

세월의 시소놀이에서 허리는 자꾸 휘는데

또 빈손 너무 창백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벼랑 끝에서 다시 미래의 길을 찾을 겁니다

생은 이런것이라고 아버지처럼 되뇌며......

 

-허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