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차별로는 최선 끌어낼 수 없어…개인 중심 연봉제·성과주의 과연 옳을까

프로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다.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는 데 수백억 원의 돈을 쓰는 팀들이 좋은 성적을 낸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뉴욕 양키스가 그렇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시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레알 마드리드가 그런 팀이다. 이들은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타플레이어를 싹쓸이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 그래서 영화 ‘머니볼’의 실존 인물인 빌리 빈 단장은 프로야구를 가리켜 “가장 불공정한 게임(the most unfair game)”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이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프로 스포츠에서도 저예산으로 깜짝 놀랄만한 성적을 거두는 팀들이 종종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머니볼’의 소재가 됐던)와 2008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우승팀인 탬파베이 레이스가 그렇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그렇다. 각자 응원하는 팀이 있더라도 이런 팀들에 은근한 응원을 보내는 것은 든든한 자본을 등에 업은 강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약자가 기적을 일으켜 주길 바라는 보통 사람으로서의 바람 때문은 아닐까.
이러한 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강한 정신력과 투지 그리고 상대 팀보다 한 발 더 뛰는 체력이 그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팀워크가 강하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스포츠에는 팀워크를 강조하는 격언들이 유난히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팀보다 중요한 선수는 없다’이다. 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이 즐겨 쓰던 말이기도 하다. 그는 감독의 평균 재직 기간이 2년이 채 안 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25년 넘게 자리를 지킨 역대 최장수 감독이다. 퍼거슨 감독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팀워크를 해치면 냉정하게 내친 것으로 유명하다. 데이비드 베컴, 야프 스탐, 로이 킨 등이 퍼거슨에게 반기를 들거나 동료 선수를 비난해 맨유의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그만큼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는 깊이 깨닫고 몸소 실천, 리그 우승 13회, FA컵 우승 5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 총 40개가 넘는 트로피로 이를 증명해 보였다.
“팀보다 중요한 선수는 없다”
1990년대 미국 NBA에서 시카고 불스를 수차례 우승으로 이끌었던 필 잭슨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1989년 시카고 불스 감독으로 취임하자마자 마이클 조던에게 개인 득점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거칠 것 없었던 조던이 황당해서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팀은 득점을 잘하는 한 선수 때문에 이기는 것이 아니야. 우리는 팀 전체가 득점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때로는 개인 득점을 자제해야 하네.” 그러자 조던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얻는 게 뭐죠?” 잭슨은 “그건 바로 우승이네”라고 답한다. 그해 불스는 창단 50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다. 잭슨 감독이 말한 바로 그 우승이었다. 그 후 조던은 득점을 많이 하는 우수한 선수에서 뛰어난 리더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과주의 인사 제도의 무분별한 도입은 여러 문제를 낳았는데, 그중 하나가 과도한 개인 실적 및 결과 지향에 따른 팀워크의 훼손이다. 개인 간 상대평가를 통해 같은 팀 내에서 강제로 평가 등급이 나뉘고 그렇게 나뉜 평가 결과가 기본급 인상, 인센티브 지급, 승진 결정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것은 단기간에 성과 창출을 독려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팀워크 유지 및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그동안 지나치게 연공에 의한 인사가 이뤄진 기업이라면 조직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변화를 준다는 측면에서 몇 년 정도는 이러한 개인 성과 중심의 인사 제도를 운영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방식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조직 구성원들을 내부 경쟁으로 지치게 하고 장기적 성과 창출의 원동력인 팀워크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 더 길게 보면 돈으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의 자발적이고 근본적인 업무 몰입, 조직 헌신,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조직 전체의 성과를 비교적 고르게 분배하는 이익분배제도(Profit Sharing)나 우리사주제도(종업원지주제도)의 도입이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직원들의 기를 살리는 각종 포상 제도의 시행도 생각 외로 효과적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산업 특성과 조직 문화에 따라서는 보상 체계의 기반을 (다소 파격적으로) 호봉제에 두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쟁 금지’…제니퍼소프트의 유쾌한 반란
이러한 대안적인 인사관리의 실제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자. 최근 꿈의 직장으로 떠오른 제니퍼소프트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높은 복지와 일하기 좋은 환경 그리고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제공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인사관리를 추구한다(여기에 인사 ‘관리’라는 표현을 쓰기가 살짝 미안하다). 이 회사의 이원영 대표는 “직원들이 자율성을 누릴 수 있어야 행복해진다. 함께 행복해지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자율성이 보장될 때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때문에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게 된다”고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작년 말 제니퍼소프트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제니퍼소프트에서 하지 말아야 할 33가지’를 보면 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잘 나타난다. 지면 관계상 인상 깊은 몇 개만 소개한다. “20. 혼자 하지 마요. 함께하면 힘이 돼요”, “23. 내가 혼자 다했다고 자만하지 마요. 우리가 함께한 일이잖아요”, “27. 경쟁하지 마요. 서로 협력해요”, “30. 억지로 하지 마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슴 뛰는 삶을 살아요”, “33. 회사를 위해 희생하지 마요. 당신의 삶이 먼저예요.”
